찬 “선거지 역주의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

반 “비례대표 취지 무색해지고 정치신인 당선 어려워져"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선거제도 개혁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석패율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석패율제는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고 중복 출마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선거제도이다.

한마디로 안타깝게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자에게 당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도입이 논의되는 이유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지역주의 부작용을 다소라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패율제도는 일본이 1994년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2~5명의 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한 선거구에서 의원 한 명만을 뽑는 소선거구제로 선게제도가 바뀌면서 과열된 공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취약한 지역에 출마해 낙선한 후보를 구제해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 방안에 대해서는 정치권 내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학계에서도 사람마다 입장이 다소 다른 상황이다.

여야할 것 없이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에서는 찬성하지만 막상 현실적으로 이 제도를 적용할 경우 여러 문제점도 나타날 수 있는 까닭이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있을 때마다 석패율 제도가 메뉴로 오르지만 막상 채택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석패율제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측,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

국회 입법조사처 이현출 정치의회팀장은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한다.

현재와 같이 지역주의가 상당히 고착화되고 있는 상태에서는 여야 모두 총선에서 취약지역에서는 당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그저 형식적으로만 후보를 낸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후보도 선거운동에 소극적이고 취약지역에서는 해당 정당이나 후보자가 민의를 수렴하는 활동을 사실상 포기하는 일도 많다.

그러나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낙선하더라도 선전만 하면 비례대표로 당선될 기회가 있기 때문에 후보도 적극적으로 선거활동을 하게 되고 당연히 취약지역에서 선거운동과 정당활동이 활발해져 정당의 전국적 기반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는 "특정 지역 출신 의원이 없는 정당은 전국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당장 다음 총선부터 도입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지역감정을 완화하고 국민 화합을 이뤄내는 데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천정배 민주당 당 개혁특위 위원장도 이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당내 공천갈등을 완화하고 사표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인 지역과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지역에 공천된 후보 간에는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공천 갈등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반대 측, "비례대표의 취지가 무색해지며 정치 신인의 등장이 어려워진다"

우선 현재의 비례대표 정원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도입할 경우 각 분야 전문가와 소수 집단 대표를 정치적으로 충원한다는 비례대표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반대론이 있다.

지역구 투표에서 낙선한 후보를 배려하기 위해 순수한 비례대표 후보의 당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석패율제 도입을 위해 비례대표의 수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 얘기다.

직접선거에 의해 당선되는 의원의 수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민의를 직접 반영해 국회를 구성한다는 총선 자체의 의미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력 정치인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정치 신인의 당선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거대 정당의 유력 정치인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면 그만큼 손쉽게 당선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감정 해소에도 생각 만큼 크게 기여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차점으로 떨어진 사람을 인위적으로 당선시킨다고 과연 어느날 갑자기 지역감정이 없어지겠냐는 것이다. 그

보다는 차라리 중 · 대 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지역 감정 해소에는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지역감정을 악용하는 정치인부터 없어져야

어떤 제도도 만능은 없다.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석패율 제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만 우리 정치에서는 지역감정이 워낙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논쟁도 생기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이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지역감정을 가장 부추기는 당사자들이 바로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특히 선거가 다가오면 그 정도는 훨씬 심해진다.

따라서 제도도 중요하지만 지역감정을 이용해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어떤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그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지역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선거제도뿐 아니라 행정구역 개편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석패율제도가 어느 정도까지는 지역감정 해소에 기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제도 자체보다는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에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 설명

◆ 권역별 비례대표제

비례대표제는 잘 알려진 대로 정당의 득표 수에 비례해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유권자가 각 후보에 투표하는 외에 정당에도 투표를 해 정당이 제출한 명부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방식 중 하나인데 비례대표 명부를 전국이 아닌, 전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에 정당별로 비례대표 명단을 만드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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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월 21일자 보도기사>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2월 임시국회 정개특위 구성을 계기로 석패율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내년 4월 19대 총선에서의 도입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석패자 구제제도'라고도 불리는 석패율 제도는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로 이중 등록,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다.

한국 정치 최대의 폐해로 여겨지는 지역 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돼왔다.

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청와대 만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 꼭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며 석패율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도 이에 공감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안상수 대표는 "석패율제는 내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안인 만큼 여야가 적극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회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전국정당화를 위해 석패율 제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개혁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석패율 제도는 정당마다 전국정당으로 가는 유효한 수단"이라며 "민주당은 이전부터 석패율 도입을 당론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당 개혁특위는 여야 합의 불발로 석패율 제도가 도입되지 않을 경우 영남권에 비례대표를 우선 배분하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정도로 '동진정책'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앙선관위도 석패율 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선거법 개정 의견을 마련 중이며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